나의 커리어의 대부분은 회사 기본 내용을 지하 600m까지 파고 또 파서 그 회사를 살것인지, 팔것인지를 분석하는 일과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분석한 회사의 1~3년의 장기 그림은 대부분 현실과 부합했다고, 귀찮고 신경쓰기 싫어 안해서 그렇지, 내가 맘을 먹고 이 지식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면 단기간에 엄청난 수익이 날 것이라고 헛소리를 하면서 지내왔다. 물론 이전에도 주식시장의 출렁거림과 그 출렁거림에 영향을 받는 주가와 사람들의 태도에 현기증이 나서 주식시장을 떠나 다른 곳을 찾아 떠났었고, 1년뒤 회사 내용은 맞출수 있어도 내일 주가는 모르겠다는 소리를 밥먹듯이 했었을 만큼 단기 투자가로서의 스스로의 한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뭐?? 워런버핏도 피터린치도 다 장기투자가들이니 내일 주가를 몰라도 회사 하나를 암반을 뚫을 만큼 깊이 분석할 수 있는 나는 단기간에 시장을 흔들만한 위대한 투자가가 될 수 있다...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그 뻐기던 자부심이 쪽팔림으로 바뀌는데는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필 내 돈을 왕창 넣어서 주식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시기는 이미 언제 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승장 후반인데다 안그래도 출렁거리고 있는 장에 미치지 않고서야 일어나지 않을 만한 일들이 매일 휘몰아쳤다. 이미 펀더멘털상으로는 부담스럽다고 생각이 드니, 장기적으로 투자할 종목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찾은 종목도 정책이 바뀌고, 갑자기 정치 상황이 바뀌면 향후 전망이 완전히 달라지니 매일 시장 전망이 바뀌는 이러한 시장에서 기존 정책에 기반한 어설픈 분석 내용을 적용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간신히 차트도, 펀더멘털도 좋아보이는 종목을 찾아...오늘 좀더 확실히 내용 파악하고, 내일 매수해야지...하면 오늘 이미 날라가고, 펀더멘털 좋으니 장기로 보고 지금이라도 투자하자...생각하면 상승분을 다 반납할만큼 조정을 받는거다. "단기 주가 움직임에 동요되지 말고, 잊어버려도 되는 돈으로 괜찮은 종목을 조금씩 사서 묻어두세요" 라고 했던 내 망발을 얼마나 후회했는지......돈이 넘쳐나는 사람도 투자한 내 돈이 마이너스가 나는게 눈에 보이면 가슴이 쓰리고, 잠을 설치는 게 당연했다. 얘도 쟤도 망망대해의 너울마냥 출렁거리는 이러한 장에서 '괜찮은 종목 찍어서 하나하나 사서 모으세요. 20년뒤에는 엄청난 수익이 나 있을 겁니다' 이런 말은 현실감이 전혀없었다. 어떤 흔들림에도 움직이지 않는 시몬스 침대같은 강인한 정신력이 있으면 모를까....양반다리를 하고 명상을 하면서, '옴'을 아무리 외쳐도 내 잔고에 파란색으로 된 숫자가 커질 수록 식은땀이 났다.
이 블로그는 주제파악을 하지 못했던 나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 시작된 블로그다. 3개월의 투자로 인한 손실분은 쓰디쓴 수업료로 생각하고, 초보자로서 하나하나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매매기록을 정리해가면서 수익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기록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확신이 들 때까지 다음단계로 절대 넘어가지 않고, 되도록이면 시장을 계속 관찰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예측해 볼 것이다.
- 투자 마인드: 나는 초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허접하다. 시장이 옳으니 내 생각보다 시장을 존중하며, 대중 심리에 민감해보자.
- 투자기간: 내 주식 투자 스타일은 과거 미국 금융 위기 이후 KOSPI 지수가 800-900선일 때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사서 1년정도 보유하고 큰 수익을 냈던 것과 일부 내용을 잘 아는 산업의 업체들 몇개를 1년 넘게 가져가서 2-3배 정도의 수익이 났던, 장기투자의 전형적인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대세 상승기가 아니고, 더군다나 이제는 특정 산업 움직임에 빠삭하지 않은 현재에서는 강철과 같은 신념과 강태공의 느긋함이 있으면 모를까 예전과 같은 스타일의 장기투자는 어렵다. 주식시장이 폭락을 하고(상상하기는 싫지만) 이후 대세 상승기에 접어든다면 원래 내 성향을 조금은 더 발휘하겠지만 초심에서 시작하는 지금은 보통 1-5일의 단기투자를 기본으로 하고, 특정 테마가 지속된다거나, 이슈가 있을 때에만 예외로 좀더 길게 가져갈 것이다.
- 시황: '나의 투자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by 유목민'의 내용을 참고해서 거래량과 상승률 상위 종목들의 상승이유를 정리해서 현 시점에서 시장을 이끄는 시황을 찾아 정리한다. 이 부분은 많은 다른 블로그에서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조사한 내용만을 간단히 정리할 생각이다.
- 종목 pick: 오늘 시황에서 다뤄진 상승 상위 종목이나, 어제 상승했으나 오늘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보합세를 유지한 종목들중 차트가 좋고, 펀더멘탈상 흐름이 좋거나, 강한 테마에 묶여 있는 종목들의 간단한 분석 내용을 정리한다. 성격상 묻지마 투자는 할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예전에 하던 것처럼 파고 파는 짓은 하지 않는다. 투자할 때 필요한 기본 사항만 분석한다.
- 테마 분석: 중요 이벤트가 발생해 특정 테마가 주식시장을 상당기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테마에 대한 분석이 들어간다
- 매매기준: loss cut 7%, 한 종목 최대 25%, 총 리스크 2% 전후. 손절의 예외는 없고, 특히 차트상 20일선이 깨져 무너지면 그 어떤 종목도 매도 한다.
- 매매 약점 극복 프로젝트 - 최대한 많은 종목을 자주, 안정적으로 매매기준을 지켜 매매 - 단계별로 진행
- 1단계(2/17/2025부터 익숙할때까지) - 매일 3-5종목을 pick해서 각각 1주씩 사고, 기준을 지켜 매도하는 연습. 매매 결과 분석
- 2단계 - 매일 3-5종목을 pick하지만 종목수를 10종목 이하로. 매매 결과 분석
- 3단계 - 내 유동자산중 30-40% 운용 - 리스크는 총 잔고의 2% 내외로 원칙을 지켜 매매. 매매 결과 분석
성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블로그의 매매 부분은 나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도구의 역할만 할 뿐,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슈가 되고, 차트가 좋아 회사 정보를 찾아보면 시장 애널리스트들이 커버하는 종목들이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감안하여, 간단한 정보라도 필요한 투자가들을 위해, 테마와 간단한 종목 분석은 공개할 예정이다.
자 지금부터 시작이다!